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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정 복원을 우려한다

김형오박사 2013. 12. 22. 14:35

영사정 복원을 우려한다.

고양시는 경주 다음으로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고을이다. 이 중에서도 이번에 복원하고 있는 영사정은 300년이 넘은 조선 중반의 건축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숙종대왕의 계비 인원왕후의 아버지 경은부원군(김주신)의 집이다.

당시 경은부원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서오릉의 주인공으로 그 아버지 (김일진) 산소를 이곳 고양시 대자리에 모시고 제향을 하기 위하여 효심으로 설계한 조선시대 건축의 귀중한 패션이다.

한수이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관대작의 주거행태를 통하여 당시의 주거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서의 그 가치는 크다 할 것이다.


300년이란 세월은 하루해가 10만 번을 뜨고 지는 장고의 세월이다. 이런 인고의 세월을 이겨 낸 영사정은 자연의 산물인 나무를 이용하여 사람이 특별한 목적 하에 이룩한 문화의 산물이며 우리조상의 얼이 서려있는 유산이다. 그 산물이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서도 그 존재의 의의는 다르다 할 것이다.

이 영사정은 조선시대 중기 경기북부지방의 대표적인 건축문화재로 이 문화재를 찾고, 지키기 위하여 필자를 비롯하여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 안재성회장 및 지역 향토사학자인 이은만선생, 고 건축학자인 최우성박사, 최경순 등이 힘과 뜻을 모아 문화재청과 국회에 진정하고, 수많은 전문가에게 호소하여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받기에 이르렀고, 이제 3년이란 세월이 흘러 복원이 시작됐다.

따라서 필자는 경은부원군과 동본을 가진 일가이기 이전에 이 영사정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르다. 사실 당시 영사정은 세월의 풍상을 맞아 붕괴일로에 있었으며, 세인의 무관심 속에 폐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이 영사정이 고양의 자랑거리로 300년의 역사가 오롯이 되살아 날 수 있게 복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3년 전 보았던 그 모습에서 처음에 지어졌던 초기의 당당한 모습으로 되살아날 것을 기대하였다.

문화재복원공사란 이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화재를 이룩하였던 옛 어른의 손때와 정취가 묻어 스며들어야만 살아있는 문화재가 되는 것이지 문화재라는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12월 17일 이 영사정을 문화재 지정에 힘을 모았던 몇 몇 분들과 영사정 복원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우리는 너무도 크게 실망하였다. 지금의 영사정 복원은 복원이 아니라 신축이나 개축내지는 대수선에 불과한 졸속 그 자체였다.

3년 전 보았던 영사정은 비록 벽이 헐고, 지붕이 새며, 기둥이 쓰러질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지만, 옛날 처음 지었을 당시의 모습에서 큰 변형이 없었다.
흙이 헐어진 벽을 통해 본 외역기 벽체의 섬세한 마무리며, 떨어져 나가 풍상을 이겨 낸 문짝은 그 소목장의 꼼꼼함으로 300년 전의 건축기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부분 오래된 집의 경우 방에 새마을 보일러라도 깔아서 변형을 하여 살고 있지만 이 영사정은 후손들이 그마저도 감수하고 옛날식 부엌에 구들 등 그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이 본 영사정은 비록 누추한 모습이었지만 해체하여 다시 사용가능한 목재를 고른다면 아무리 못쓴다 하더라도 주요 구조재의 30~40%는 재활용 될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살펴보니 기둥 보와 도리의 주요 부재가 95%이상 신재로 교체되어 있었고, 인방재는 100% 신부재로 교체되었으며, 서까래의 경우에는 그 굵기도 커졌을 뿐 아니라 본래 자연스런 형태의 굽은 서까래는 단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안채의 대들보는 그 위치가 바뀌어 엉뚱한 곳에 걸리고, 그러다 보니 본래는 없던 홈을 파서 끼어 넣어 변형되어 있었다.

영사정은 현재 우리가 짓는 한옥과 다른 평사랑 지붕구조를 하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사랑 위에 다시 서까래를 올려서 집의 구조자체가 5량 가옥처럼 보였다. 이것은 해체조사 당시의 구조를 다시 검토하여 원형대로 복원을 하여야 한다. 300년 전 지어진 구조를 이렇게 변형시켜버린다면 이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며, 이를 지켜보고 있는 고양시민과 전문가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현장의 창고에는 이미 폐기해버린 주요 구조부도 있었지만 아직 남은 부재도 많았고, 이들이 어디에 있었던 부재인지 조차 알 수 없도록 부재관리가 엉망이었다. 해체부재라면 당연히 뒤죽박죽되지 않도록 이름표를 달, 번호를 매겨 체계적으로 관리하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야적된 부재들을 살펴보니 기둥, 대들보, 도리 등 그대로 써도 아무 이상이 없는 부재들이 많이 있었으며, 조금 손상되어 약간의 손만 보면 다시 쓸 수 있는 부재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좀 힘들고 어렵더라도 옛날 부재를 가능한 최대한 활용해서 복원해야 그게 문화재복원이라 생각한다면 좀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본체에서 나온 부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되살리는 것이 복원이 아닐까 싶다.

요즈음 복원문제로 숭례문이 시끄럽다. 이런 전철을 고양시는 밟지 않아야 된다. 그 동안 고양시는 영사정의 가치를 몰라서 문중의 문화재등록신청도 몇 차례 외면한 적이 있다. 이는 문화재에 대한 관련 공직자들의 수준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단서로 서글픈 일이다.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복원되는 영사정마저도 이렇게 현장을 외면한다면 영사정은 그 이름이야 남기겠지만 건물의 변형은 조선시대 사대부가 살았던 건축 문화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시공사와 경기도문화재자문위원 몇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전문 도편수를 초빙하여 함께 현장을 감시하고, 점검하여 문화재다운 영사정을 복원하여야 할 것이다.



글쓴이 시민옴부즈맨공동체 대표 호미 김형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