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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고]출동! 네티즌이 간다

김형오박사 2014. 3. 5. 15:20

뉴스메이커 581[인터넷 신문고]출동! 네티즌이 간다

취재대상을 찾고 있던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디시인사이드의 디카 신문고에 홀로 제보를 독점하는 네티즌이 있다는 정보였다. 아이디는 '옴부즈맨'. 주로 일산 신도시 주변의 위험한 시설물을 고발하는 것으로 봐서 이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 추측했다. 디카 신문고에는 그동안 그의 숱한 문제제기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디시인사이드의 협조를 받아 옴부즈맨과 접선을 시도했다. 몇 분간의 통화 끝에 옴부즈맨의 출동현장에 기자가 동행하는 식의 취재를 하기로 약속했다.

 

약속 당일 찾아간 곳은 일산 신도시 백마역 광장의 컨테이너 가건물. 몇 가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이곳이 옴부즈맨의 본부였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시민옴부즈맨공동체(www.ombudsman.or.kr) 김호중 사무국장이었다. 마침 사무실에는 자원봉사자가 오늘 둘러볼 문제가 있는 시설물에 대해 제보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즉시 현장으로 향했다.

 

출동지역1 장항IC 부근 농수산물센터 뒤편 이면도로

 

김 사무국장은 일산 신도시는 조성한 지 10년이 넘은 계획도시지만 곳곳에 방치된 시설물이 많다고 했다. 기자와 그가 처음 찾은 곳은 일산 신도시 외곽의 한 이면도로. 왕복 2차선 도로로 간간이 운전연수를 받는 연습생들의 차량만 한가롭게 오가고 있었다. 문제는 도로 양쪽에 장기간 불법주차돼 있는 차량과 중장비였다. 무게가 수십t에 달하는 중장비들이 지지대를 인도에 걸쳐놓고 있어서 보행자들도 통행에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이곳이 차량통행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야간통행시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사고위험이 높은 곳"이라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댔다.

 

 

 

 

 

 

 

출동지역2 고양시 가좌동 농수로

두번째로 찾은 곳은 일산 신도시에서 좀더 떨어진 농경지대였다.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자 멀리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이는 곳에 수초가 무성한 농수로가 나타났다. 주변의 논과 비닐하우스에 농업용수를 제공하는 농수로는 언뜻 보기에도 문제가 많아 보였다. 수초가 너무 많이 자라 있어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매년 장마철이면 농수로에서 물이 넘쳐 침수되는 상습 침수지역"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자 콘크리트로 정비된 농수로가 나타났다. 김 사무국장은 여기서도 문제점을 찾아냈다. 그는 "논에서 흘러드는 물을 농수로로 연결하는 물구멍이 너무 낮게 뚫려 있어 비가 조금만 많이 오더라도 물이 주변으로 역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장마철을 앞둔 시점이라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며 추후 조치를 위해 발길을 돌렸다.

 

온라인을 주 활동무대로 하는 대부분의 네티즌이 '아마추어'라면 김 사무국장은 '프로'였다. 그는 고발에 그치지 않고 문제해결이라는 '끝장'을 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본부로 돌아온 그는 서둘러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고, 농수로 관리를 맡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와 시청 재난대책과에 연락해 함께 문제시설을 둘러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프로'는 아름답다

그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디카 신문고는 디시인사이드 내의 다른 게시판에 비해 조회 수가 적은 편이다. 평균 2,000회 정도. 일반 사이트의 조회 수와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지만 디시인사이드 내에서는 많이 처진다고 할 수 있다. 사이트 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힛겔'(히트 갤러리)의 조회 수는 기본 4만 회에 많은 것은 8만 회까지 나온다. 513일 만들어져 정착 단계라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디시인사이드를 찾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재미'를 찾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디시인사이드에 디카 신문고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디카 신문고를 통해 재미만 추구하는 네티즌을 사회안전망을 고민하는 생활운동가로 의식화하겠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고발정신과 전파력은 놀랍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력은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네티즌들의 제보는 보통 반장난식 접근이 많다""디카 신문고는 네티즌들의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의식화의 창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네티즌의 힘을 빌려 시민단체로서의 입김을 강화하고자 하는 부류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중요한 제보도 눈길을 끌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는 네티즌의 눈과 귀를 끌어당길 묘안을 연구했다. 네티즌들의 습관을 여러 모로 관찰한 끝에 나온 방법이 남다른 제목달기다. 자료를 게시하고 네티즌의 마우스를 유혹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전면에 내세웠다. 안전망 설치와 관련한 사진은 '망사가 보여요', 인도 위에 돌출된 시설물은 '걸려봐~ 느껴봐~',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는 '넌 세웠니? 난 죽었다'라는 호기심 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포장됐다. 그의 생각대로 제목이 엽기적일수록 조회 수가 높아졌다. 한 예로 '망사가 보여요'는 현재 5,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열람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찍은 사진들은 '둘이 사귀나? 민망하게' '물귀신이 좋아하는 곳'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는 일방적인 고발만 있는 신문고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지금까지는 문제를 제기하는 문화가 낯설어 고발만으로도 사회가 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 문제도 단속을 요구하기보다 활용도가 낮은 도로의 용도를 주차장으로 일부 변경하는 식의 역발상으로 해결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오는 7, 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실험에 착수한다. 국가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한 개념이 이제 막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라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전한 시민운동과 네티즌의 힘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유병탁 기자 lum3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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