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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간호사 추모리본 떼어낸 서울 아산병원 논란

김형오박사 2018. 2. 28. 13:54

자살 간호사 추모리본 떼어낸 서울 아산병원 논란

2018년 02월 27일 [옴부즈맨뉴스] 

 

↑↑ 자살 간호사 추모리본 떼어낸 서울 아산병원 논란
ⓒ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서울, 옴부즈맨뉴스] 김윤중 기자 = 서울 아산병원이 병원에서 근무하다 아파트에서 자살한 간호사를 추모하고자 동료 간호사들이 단 추모 리본을 모두 떼어내 논란이다.

앞서 이 병원 소속 간호사 박모(27)씨는 지난 15일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씨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A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사 윗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주장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간호 인력 부족 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씨의 죽음 이후 그를 추모하는 동료 간호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전날 밤 11시 잠실나루역에서 성내천을 건너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육교에는 하얀 리본이 걸리기 시작했다. 길게 찢긴 하얀 천마다 박씨를 추모하고 병원을 비판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돌연 리본은 모두 떼어졌다. 육교 가로등 옆에는 '#나도 너였다'라는 제목으로 밖씨를 추모하는 집회 포스터가 붙었지만, 이마저도 사라졌다.

확인 결과, 리본을 떼어낸 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이 사실은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했다. 병원 홍보실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항의가 들어와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환자 치료하는 병원 앞에 '죽음'과 같은 부정적 표현이 쓰인 것이 불편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리본을 매단 사람들에게 이동을 요구하려 했으나 누군지 몰라 새벽 3시까지 지켜보다 떼어냈다"고 말했다. 신고를 한 사람의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리본을 단 건 간호사연대였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연대 관계자는 "간호사연대가 주최하는 추모 집회 포스터도 붙였다"며 "상식적으로 간호사연대가 주도했다고 추론할 수 있지 않냐, 연락온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홍보실은 "직원들은 그들이 리본을 달았다는 걸 몰랐던 상황"이라면서 "알았다면 직원들이 새벽 3시까지 육교 위에 서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측이 박씨의 죽음 이후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고자 추모 리본을 떼어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리본은 서울아산병원 보안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