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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산화탄소 논쟁과 DMZ의 침묵

김형오박사 2026. 2. 25. 13:37

[시론] 이산화탄소 논쟁과 DMZ의 침묵

기후와 지뢰가 말해주는 하나의 교훈

2026년 02월 23일 [옴부즈맨뉴스] 

 



↑↑  본지 논설위원 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김기호
ⓒ 옴부즈맨뉴스

최근 “이산화탄소는 기후위기의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식물 생장을 촉진해 식량난을 해결한다.”라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이 논쟁을 바라보며, 나는 한반도의 가장 조용한 땅, DMZ를 떠올린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이 땅은 아이러니하게도 풍부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는 아직도 수많은 지뢰가 묻혀 있다.

이산화탄소 논쟁과 DMZ 지뢰 문제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공통된 교훈을 전한다. 부분만 보고 전체를 외면할 때, 우리는 가장 큰 위험을 놓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분명한 사실부터 짚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원료이며, 일정 조건에서는 식물 생장을 촉진하는 ‘비료 효과’를 낸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자연은 실험실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동시에 기온 상승, 강수 패턴 붕괴, 가뭄과 폭염, 병해충 확산을 동반한다. 이런 환경에서 농업 생산성과 식량안보는 오히려 더 취약해진다.

DMZ의 생태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지뢰가 있었기에 DMZ의 자연이 보존되었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출입이 제한된 결과 생태계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뢰의 존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지뢰는 여전히 생명에 대한 위협이며, 토지의 평화적 이용을 가로막고, 미래 세대에게 위험을 전가한다. 자연이 살아 있다고 해서 그 땅이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식물의 양분’이라는 한 측면만으로 옹호하는 논리는, DMZ의 지뢰를 ‘자연 보호 장치’로 미화하는 논리와 닮았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고, 그 아래 숨어 있는 구조적 위험을 외면하는 태도다. 기후 위기도, 지뢰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내버려 둘수록 위험은 축적된다.

DMZ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생태계는 회복될 수 있지만,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평화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기후 문제도 단순히 이산화탄소의 ‘이로움’만을 강조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후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식량, 생태, 인간의 안전은 동시에 무너진다.

지뢰 제거는 단순한 군사 행위가 아니라 생태 회복과 평화 구축의 출발점이다. 기후 대응 역시 배출 감축과 생태계 복원을 함께 추진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위험을 제거하며,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이것이 DMZ가 가르쳐 준 평화의 방식이다.

이산화탄소 논쟁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지금의 편리한 해석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를 위한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인가. DMZ의 땅속에 묻힌 지뢰처럼, 기후 위기의 위험도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존재한다.

지뢰 없는 DMZ가 진정한 평화의 상징이 되듯, 기후 안정이 전제되지 않은 식량과 발전은 허상에 불과하다. 과학과 역사, 그리고 DMZ의 침묵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평화는 방치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