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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였다˝ 아산병원 간호사 눈물의 추모 집회

김형오박사 2018. 3. 5. 13:49

˝나도 너였다˝ 아산병원 간호사 눈물의 추모 집회

신규 간호사 실명으로 자신의 ‘태움’ 경험 밝혀
"개인 문제로 돌리지 말고 병원 시스템 바꿔야"

2018년 03월 05일 [옴부즈맨뉴스] 

 


 

↑↑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설 연휴 선배를 만나고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 모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열렸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한목소리로 간호사 안 가혹행위인 ‘태움’ 문화 근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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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옴부즈맨뉴스] 김몽수 취재본부장 = 3일 저녁 6시 서울 중구 지하철 광화문역 4번 출구 앞에서 구슬픈 노랫소리가 울렸다. 한손에 촛불을, 한손엔 국화꽃을 들고 추모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나는 너였다. 나도 아팠다. 너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구나. (…) 너는 나였다. 너는 우리다. 스스로를 잃어가 아픈 우리다. (…) 나를 지켜봐줘. 더는 울지 않겠다. 나는 너이다.”
“더는 울지 않겠다”는 노랫말이 나오자 일부 참가자들은 콧잔등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간호사 연합 모임인 간호사연대는 지난달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박아무개(27) 간호사가 집단 괴롭힘 의혹 끝에 자살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나는 너였다’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다. 박 간호사의 죽음의 배경엔 ‘태움’이라고 불리는 간호사 교육 명목의 괴롭힘 문화가 있었다는 거다.

↑↑ 간호사들의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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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연대의 최원영 간호사가 유족 입장문을 읽자 집회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고인의 큰 이모는 “애교도 많고 자신감 넘치던 우리 아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은 병원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였다. 힘없는 목소리로 ‘이모, 내가 전화를 잘 못 한대’, ‘우리 선생님은 잘 안 가르쳐주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아주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정도로 성실한 아이였다”며 “우리 아이와 같은 불행한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아산병원의 내부감사결과 보고서를 유가족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김소현 신규 간호사는 “이브닝 근무를 해야 해서 집회에 참석할 순 없다”며 대신 편지를 보내 자신의 태움 경험을 밝혔다. 김 간호사는 “첫 직장에서 새벽 3시에 카카오톡과 전화를 받기 일쑤였다”며 “태움을 당하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박 간호사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호사와 간호대생 등 집회 참가자 300여명은 흰 리본에 ‘더 이상 아프지 말자’ 등 추모 글귀를 적었다. 이 리본들은 아산병원 근처 성내천에서 병원으로 향하는 육교에 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