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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김기호 소장 칼럼]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김형오박사 2025. 12. 8. 14:05

[옴부즈맨 김기호 소장 칼럼]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군의 무능이 장병의 피를 부르고 있다.

2025년 12월 06일 [옴부즈맨뉴스] 




↑↑ 본지 논설위원 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김기호
ⓒ 옴부즈맨뉴스

대한민국 군에서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폭발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파주 육군 포병부대 모의탄 폭발, 제주 공군부대 크레모아 훈련 중 뇌관 오인 격발사고, DMZ 수색정찰 중 지뢰 폭발, 그리고 최근 차륜형 대공포 ‘천호’ 포탄 폭발까지. 하나같이 기본 중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다.

국군은 정예화된 첨단군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장병의 생명과 안전은 ‘주먹구구식’에 의존하고 있다.

폭발물 취급 절차는 국제기준과 군 매뉴얼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 없는 현장에서 불발탄을 제거하고, 폭발 뇌관을 훈련용으로 착각하며, 지뢰탐지기를 휴대하고도 지뢰를 밟는다.
이것이 과연 현대 군대의 모습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사고 경위 발표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DMZ 지뢰사고의 경우 “탐지 장비를 들고 있었다”는 발표는 국민을 기만하는 수준의 설명이다. 장병들이 안전장비와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왜 지뢰를 밟는가?

군은 사고 원인을 부대 책임에서 국민의 의심으로 돌리려는 은폐와 축소의 유혹을 버려야 한다. 잘못을 은폐하는 군대는 결국 더 큰 희생을 부른다.

이미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고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는 진단만 되풀이될 뿐,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장병의 생명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교육훈련이 전투력을 위한 것이라면, 안전은 전투력 그 자체이다. 훈련 도중 발생하는 사고를 “일부 현장의 실수”로 치부하는 조직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군 당국은 지금이라도 다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폭발물 및 실사격 훈련 안전매뉴얼 전면 재정비
둘째, DMZ수색정찰 지뢰탐지 및 안전절차 법제화 수준으로 강화
셋째, 사고 조사 시 은폐·축소 시도 강력 처벌, 민간 전문가 참여
넷째, 장병 안전을 지휘관 평가 핵심 요소로 반영

안전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국가가 맡긴 장병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군대가 과연 국민을 지킬 수 있겠는가? 군은 더 이상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로 의무를 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핑계가 아닌 책임, 말이 아닌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