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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대통령 ‘태안화력 비정규직 비극’ 모르쇠로 일관 마라.

김형오박사 2025. 9. 22. 12:27

[사설] 李 대통령 ‘태안화력 비정규직 비극’ 모르쇠로 일관 마라.

2025년 09월 19일 [옴부즈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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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에서 7년동안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현장 규율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국민적 공분이 매우 큰 사건이다.

한 사건은 문재인 정권 때의 일이고, 또 한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기 하루 전에 일어 난 사건이다. 한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일어났고, 또 한 사건 역시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린 이름 고 김용균과 김충현 하청업체의 두 노동자,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노동현장에 약자들이 이슬처럼 사라지고 있지만 권력들은 허울뿐인 사후약방문만 내놓는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김용균이 사망을 하여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는 사고 발생 5개월 후인 2019년 4월 1일 국무총리 산하에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꾸렸고, 2019년 8월 19일 특조위가 발표한 715쪽의 보고서는 다단계하청구조와 죽음의 외주화를 김용균 산재사망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벍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 해결 의지를 표명했지만 약속은 용두사미가 되었다. 보고서가 나온 지 1년 뒤인 2020년 8월 12일 김용균의 동료들은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라고 외쳤지만 산재사망사고를 없애기 위한 ▲ 직접 고용 ▲ 2인1조 근무 ▲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의 조치를 정부는 곧바로 실행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난 6월 2일 똑같은 장소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나섰다. 6월 2일 김충현이 사망하자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은 SNS에 "일하다 죽는 나라, 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대한민국'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실현해야 할 국가의 책임입니다.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저 이재명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망사고 이후 73일 만인 8월 13일, 정부는 대책위와 함께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를 구성했다. 고 김충현 대책위원회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와 같이 또 유아무야 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정부와 함께 협의 기구를 꾸렸다.

이재명 정부가 산재 예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충현 사망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가늠하는 첫 번째 시금석이 될 것이다.


▲ 법원 한전KPS 불법파견 판결

지난 8월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주최로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소송판결에 따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법원은 고 김충현의 진짜 사장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한전KPS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3년 전 고 김충현의 동료들이 2차 하청업체가 아니라 한전KPS로부터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실제 사용자는 한전KPS라고 주장하며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노동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한전KPS가 김충현씨의 동료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고 김충현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사람 장사와 중간 착취를 금지하고 있다. 달리말하면, 사람을 제공하는 것을 대가로 임금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들은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를 빌려 쓰고, 문제가 발생하면 파견업체에 반납하거나 책임을 떠 넘기기 일수였다. 즉 노동자를 렌터카처럼 빌려 썼다. 당연히 노동자를 소중하게 다루지 않게 되고 산업재해 예방에도 소홀했다. 이 때문에 비서, 경리, 번역 등 32개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업을 허용하고 있다. 발전소 같은 고위험 작업이나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사업장들은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때문에 파견이 아니라 도급을 사용한다. 일을 아예 외부업체에 맡긴다. 한전KPS도 경상정비 업무 일부를 2차 하청업체에 전적으로 맡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전KPS가 필요할 때마다 하청업체 사장이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한 게 드러났다.

심지어 한전KPS정규직 직원들과 구분 없이 함께 일하고, 오랜 경력을 가진 하청업체 노동자가 한전KPS 정규직 신입직원을 교육하기도 했다. 하청업체 사장은 독자적으로 공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작업에 필요한 도구도 제공하지 않았다. 서류상 사장이었던 셈이다. 이 경우 하청업체 사장은 도급업체 사장이 아니라 인력만 공급하는 파견업체 사장이 되고, 발전소는 파견업이 허용되지 않으니 불법파견이 되는 것이다.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나면 노동자를 직접 사용했던 기업이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

▲ 법원 판결도 사실상 무시하는 공공기관... 정부가 책임져야

그러나 한전KPS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6월 18일 김충현의 장례를 치르기 전, 고 김충현 대책위는 서부발전 한전KPS와 밤샘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책위는 한전KPS가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정규직화가 필요하지만 '정부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KPS가 말한 정부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법원이 직접고용 하라고 했다. 법원판결을 사실상 무시하는 공공기관을 방치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기조에도 반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라고 하고, 반복적인 산재사고를 내는 기업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하라고 하는 등 산재 문제 해결에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일 남긴 추모메시지에는 위법 사항을 바로잡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도 말했다.

법원 판결보다 명백한 조사 결과는 없을 것이다. 9월 1일부터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던 고 김충현의 동료들이 태안화력발전소로 출근하고 있다. 불법파견에서 승소했는데 회사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현장의 안전은 더 위태로워진다. 한전KPS가 자신들이 하청노동자들의 사장인 것을 숨기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KPS는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5항은 경영실적 평가의 기준으로 '주요사업의 공익성 및 효율성'과 '직원의 고용 형태 등 조직·인력 운영의 적정성'을 들고 있다.

고 김충현 협의체 자문위원인 김태욱 변호사는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항소하면서 계속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을 사용하는 것은 공익적이지도 않고 조직과 인력 운영의 적정한 경우도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 김용균 동상 옆에 세워진 김충현 나무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 기계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노동자 동상 옆에 올해 6월 2일 역시 홀로 작업하다 숨진 김충현 씨를 추모하는 비석과 나무가 지난 10일 세워졌다. 추모비 명판에는 '김충현을 기억하며 우리는 살아서 투쟁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연합뉴스

2021년 4월 28일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고 김용균의 추모 조형물을 만들었다. 김용균의 시선은 발전소가 아니라 발전소 정문으로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옆모습을 향하고 있다. 당시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권미정은 김용균 조형물에 대해 '또 다른 김용균들'이 일하는 현장을 또렷이 지켜보는 위치에 서 있는 거'라고 말했다. 김용균 조형물을 세웠던 권미정은 4년 뒤인 2025년 9월 10일엔 김충현을 기억하는 나무와 비석을 김용균 옆에 심었다.

김용균과 김충현 옆에 또 다른 김용균과 김충현이 세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일하다 죽은 노동자가 아니라 안전하게 퇴근한 노동자가 김용균과 김충현의 옆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한전KPS에 불법을 멈추라고 지시해야 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재 없는 안전한 나라'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