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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尹 지지자 폭력 애써 축소…한숨만˝ 내부 비판

김형오박사 2025. 1. 22. 13:40

˝KBS 뉴스, 尹 지지자 폭력 애써 축소…한숨만˝ 내부 비판

KBS, 지상파 3사 중 尹 지지자 폭동 가장 적은 분량으로…尹 책임 비판도 빗겨가
연합뉴스, 난동 당시 폭동현장 장면 중개 안 해, YTN과는 달라

2025년 01월 22일 [옴부즈맨뉴스] 




↑↑ 2025년 1월19일 KBS 뉴스9 갈무리
ⓒ 옴부즈맨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며 법원 내외부를 파손하고 경찰과 취재진에 폭력을 가한 날, KBS 뉴스는 사실상 “평시 주말 뉴스 수준”이었다는 KBS 내부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 구속이 결정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여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청사의 철창을 뜯어내고 유리창과 유리문을 깨부수며 건물 내부로 난입했다. 현장을 촬영한 유튜버와 방송사 영상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 등을 집어던지고, 관제실로 들어가 집기를 망가뜨리거나 서버 쪽으로 물통을 가져가고, 특정 판사 이름을 부르며 여러 사무실 출입문 등에 발길질을 하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20일 기준 이들에 의해 경찰 51명이 부상(7명 중상) 당했으며,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 중 66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날 현장을 취재하던 다수 언론사 취재진도 폭행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내란 우두머리 혐의)된 데다 그의 지지자들이 폭동을 저지르면서, 주요 지상파 방송사 메인 뉴스는 모두 특집 체제로 편성됐다. 통상 주말 뉴스는 30분대로 편성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50분, SBS '8뉴스'는 53분간 방영됐다. 반면 KBS '뉴스9'는 31분으로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길이였다.

메인 뉴스에서 폭동을 다룬 보도 건수와 비판 강도 면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MBC, SBS는 뉴스 시작부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KBS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이에 불복하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비등하게 전한 뒤, 여야 간 공방 등에 초점을 맞춘 리포트를 이어가다 8번째 순서부터 폭동 관련 뉴스를 배치했다. 폭동에 중점을 둔 보도 건수는 MBC 11꼭지, SBS 9꼭지(윤 대통령 입장 포함 10꼭지), KBS 5꼭지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있기까지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에 불복하며 사법체계를 부정한 윤 대통령, 이에 동조하며 부추긴 여권을 다룬 보도에서 KBS 뉴스의 온도차가 두드러졌다. 먼저 MBC는 <윤상현, 폭도들 “훈방될 것”이라며 사실상 선동‥ “습격 부추겨”> 리포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영장심사 중인 법원 앞에서 '애국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법원 담장을 넘었던 이들이 곧 훈방될 거라 발언한 사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김민전 의원의 소위 '청년 백골단' 기자회견 주선을 묵인한 전례도 짚었다. 이어 <윤석열 “함께 싸우겠다” 선동해 놓고‥이제 와서 “평화적 의사 표현 당부”?> 리포트는 윤 대통령이 “극렬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부추겨 왔다”고 했다.

SBS의 경우 <“폭력 안돼” 한목소리…윤상현 '월담 17명 곧 훈방' 논란> 리포트를 통해 윤상현 의원 발언에 대한 야권의 비판을 전했다. 윤 대통령 입장문은 <윤 측 “법치 죽었다”…폭동엔 “평화적 의사 표현해달라”> 리포트에서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이번 폭동을 지난 2021년 당시 미국에서 낙선한 트럼프 후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의사장 폭동에 비춰, 부정선거 의혹이 폭동을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을 전했다.



↑↑ 2025년 1월19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옴부즈맨뉴스




↑↑ 2025년 1월19일 SBS 뉴스8 갈무리
ⓒ 옴부즈맨뉴스



↑↑ 2025년 1월19일 KBS 뉴스9 갈무리
ⓒ 옴부즈맨뉴스

KBS는 <윤 “평화적 의사 표현해야”…여야도 한목소리 “폭력은 안돼”> 리포트에서 정치권 반응을 두루 다루는 한편 “양극화된 정치 현실 속에 극단적 발언들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튜브 구독자 증가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부 행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전했다.

그러면서 KBS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을 <윤 측 “법치 죽고, 법 양심 사라져”…구속적부심 청구하나> <대통령실 “구속 형평성 안 맞아”…내부 동요 수습도 나서> 등 두 건의 리포트로 분리해 비판 없이 전했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20일 “계엄 당일 계엄군의 국회 진입 영상을 거의 내보내지 않았던 KBS뉴스 특보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 정도였다”며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력행위가 일어났는지 KBS 보도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실의 입장을 따로 분리해서 단독 리포트를 한 건 지상파 3사중 KBS가 유일하다”면서 “반면 KBS는 윤석열 구속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해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인 폭력행위는 애써 축소했다”고 했다. 이들은 자사 취재진이 폭행을 당한 일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도 함께 전했다.

KBS본부는 “회사 안에서도 법원 폭력 행위를 자세히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보도본부 수뇌부는 인력이 없다는 핑계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한숨만 나온다”며 “이는 심각한 직유무기다. 나아가 KBS 보도의 가치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폭력사태 축소, 부실보도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현재 KBS의 수뇌부로는 공영방송의 신뢰회복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을 뿐”이라며 “보도시사본부 수뇌부들에게 경고한다. KBS를 다시 신뢰의 위기로 몰아넣는 짓을 중단하라. 내란 세력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