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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7전8기로 태권도서 황금 발차기...한국 최초로 올림픽서 58Kg 제패

김형오박사 2024. 8. 12. 12:47
박태준, 7전8기로 태권도서 황금 발차기...한국 최초로 올림픽서 58Kg 제패
2024년 08월 08일 [옴부즈맨뉴스] 


↑↑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한국 박태준이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에게 공격하고 있다.(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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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옴부즈맨뉴스] 류용남 취재본부장 = 눈물의 발차기는 7개월 뒤 금빛 발차기로 거듭났다.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의 아들 박태준은 태권도 58Kg에서 시원한 승전보를 전해 줬다.

박태준이 이 체급에서 국가대표를 달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동메달리스트 장준이었다. 박태준은 작년 9월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장준과 다퉜고 또 패했다. 7전7패. ‘승자’였던 장준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준은 7번 만나 7번 모두 지자 눈물을 터트렸다. 남자 경량급에서 신성이라고 평가받으며 여러 국제대회를 모두 휩쓸었던 그는 장준만 만나면 무너졌다. “‘나는 정말 안 되나’ 싶은 마음에 화가 나” 흘린 눈물이었다.

올림픽을 약 6개월 앞둔 지난 2월 1일 두 사람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다시 한 번 일전을 치렀다. 모두가 장준의 승리를 점쳤지만, 박태준은 발차기 전 발을 왼발에서 오른발로 바꾸는 전략으로 혼선을 줬고 승리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칠전팔기 끝 귀중한 승리였다. “올림픽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아는 박태준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선수”로 거듭날 준비를 했다. 학교 체육관에서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하루 1000개의 발차기를 날렸다. 올림픽을 앞두고선 힘과 체력 보강에 집중했다. 장신인 외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힘 있는 발차기를 끊임없이 뿌릴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체력은 세계 1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만난 준결승에서 결실을 봤다. 박태준은 자신보다 반뼘 정도는 큰 젠두비에게 밀리지 않고 쉴 틈 없이 공격하며 밀어붙였고 가볍게 승리를 따냈다.

결승전에서도 박태준은 1라운드부터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의 몸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발차기를 퍼부으며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2라운드에서는 뒤 돌려차기로 5점을 획득하는 등 13점을 따내며 상대의 전의를 꺾어놓았다. 1라운드 중 발차기를 시도하다 얻은 발목 부상 탓에 마고메도프는 2라운드를 마치지 못하고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박태준은 기권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두 선수 간 실력 차이는 확연했다.

↑↑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상대로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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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기권승을 선언하자, 박태준은 정을진 코치와 포옹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금메달을 따고 감독님과 안았을 때 그동안 준비해온 모든 과정이 다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 순간 울컥했다”며 “내가 지금까지, 21년을 이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수 생활이 담긴 금메달”이라며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박태준이 7일 밤(현지시각) 따낸 금메달은 한국 태권도 역사상 남자 58㎏에서 나온 첫 번째 금메달이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그의 롤모델이었던 이대훈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따냈던 은메달이었다. 2012년 런던 대회 태권도 경기를 보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웠던 초등학생은 시간이 흘러 마침내 원하는 목표를 이뤘고, 한국 태권도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박태준의 승리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빛났다.

심판의 기권승 신호에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상대에게 다가가 상태를 먼저 살폈다.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서 다 함께 기념 촬영을 할 때도 박태준은 오른손으로 마고메도프의 허리를 살포시 감싸며 보호했다. 과거 거듭된 패배에 지쳐 흘렸던 눈물은 7개월 뒤 환희의 눈물로 찾아왔고, 시상식에서 마침내 미소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