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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가수 김민기 별세 향년 73세, 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포크계 거장

김형오박사 2024. 7. 23. 11:56

저항가수 김민기 별세 향년 73세, 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포크계 거장

'학전'의 영혼이 아침이슬처럼 떠났다.

2024년 07월 22일 [옴부즈맨뉴스] 


↑↑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다. (사진 = 인터넷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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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옴부즈맨뉴스] 윤효종 연예취재본부장 = 1970년대 노래 '아침이슬'로 널리 알려진 가수 겸 공연연출가 김민기가 향년 73세로 21일 별세했다.

김민기는 아침이슬로 왔다가 아침이슬처럼 떠났다.

김민기는 한국 음악사와 공연 예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그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오랜 시간 이끌어 온 그의 삶과 업적에 많은 선·후배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김민기는 1951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에 몰두했던 그는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하면서 붓을 놓고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함께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0년 명동의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고,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서 울려 퍼지며 저항정신의 대표곡이 되었다. 1971년에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고, 그의 다른 노래들인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도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억압 속에서도 김민기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고인의 노래 ‘아침이슬’처럼, 고인의 가수 생활은 외압에 맞선 저항의 역사로 쓰였다. 그의 데뷔 음반 ‘김민기’(1971년 발표)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다.


↑↑ 지난 2011년 2월 21일 극단 '학전'의 창단 2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고인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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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고인은 방송 출연을 금지당했을 뿐만 아니라 숱하게 체포되고 취조를 받기도 했다. ‘친구’ ‘아름다운 사람’ ‘가을 편지’ ‘봉우리’ 등의 노래는 세상이 김 대표에게 빚진 노래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1978년 발표한 노래굿 ‘공장의 불빛’은 19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노래극’으로 당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일종의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김민기는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여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했다. 학전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고(故) 김광석,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 많은 음악가들이 학전을 통해 성장하였으며,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도 학전을 통해 배출되었다.

김민기는 연출자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하였으며, 학전을 통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2024년 3월 15일, 학전이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은 '고추장 떡볶이'였다.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학전 측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대방에서 취재진과 자리를 갖고 김민기의 마지막 순간과 유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인의 조카인 학전 김성민 팀장은 "집에서 잘 계시다가 갑작스럽게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며 "19일부터 안 좋아지셔서 20일 오전에 응급실로 옮겼고, 21일 오후 8시 26분에 돌아가셨다. 보고 싶은 가족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가셨다"고 고인의 마지막에 대해 말했다.

김성민 팀장은 "다만 3~4개월 전부터 꾸준히 말씀을 남기셨다"고 고인의 유언에 대해 말했다. 학전 측은 "늘 하는 말은 '그저,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지', '니가 걱정이지'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서 "유언은 재산에 관한 유언이 많기 때문에, 공개할 만한 유언장은 없다. 다만 당부하신 말씀은 궁금해하실 테니까 정리해서 향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공연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학전블루 소극장의 문을 닫았다. 폐관에 앞서 50여 명의 배우, 가수,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심과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 3호실에 마련되며, 조문은 21일 낮 12시 30분부터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학전 측은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정중히 사양한다"라며 "빈소 및 발인 등 모든 장례 절차는 취재진에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고인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마음으로 애도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