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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을 팔아 먹고사는 언론사, 광고·홍보비 명목 49억 원 챙겨 `수상 대가`..

김형오박사 2019. 11. 4. 14:00

상(賞)을 팔아 먹고사는 언론사, 광고·홍보비 명목 49억 원 챙겨 `수상 대가`..

유명 호텔·국회서 호화 시상식, 언론은 뒷전이고 상장사 혈안
상(賞) 팔아 돈 버는 언론사, 혈세로 상을 사는 지자체
상(賞)값대신 책자를 발행하여 책값을 받은 변칙사업
돈으로 상(賞)을 사서 ‘스펙’을 만드는 대한민국 현주소

2019년 11월 04일 [옴부즈맨뉴스] 

 

↑ 한 언론사의 상 시상하는 모습(사진 = OM뉴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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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옴부즈맨뉴스] 서영철·박춘래 취재본부장 = 대한민국은 ‘스펙 공화국’이다.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돈’이면 만사형통인 세상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스펙에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은 것이 상(賞)이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진학·취업·출세를 위한 다양한 ‘스펙’을 요구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런 스펙을 찾아 나선다. 경쟁자보다 반발이라도 앞서지 않으면 노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 수단이 곧 ‘돈’이다. 이것 때문에 불안해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상은 가치와 노력의 댓가로 공정한 평가에 의해 받을 사람이 정해져야 하고, 상을 주는 사람이나 기관 역시 사회적 신뢰와 품격이 있어야 상(賞)다운 상(賞)이다.

우리사회서 주로 상(賞)장사를 하는 부류는 크게 ‘언론사’와 ‘시민단체’다. 언론사 중에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언론사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주간지나 월간지 또는 인터넷신문사 등에서 언론의 창달보다는 상(賞)을 만들어 상장사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등에 로비를 하여 상을 수주한다.

국민들은 이런 상 환경에서 인맥을 찾고 상을 산다. 언론사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어떨게하면 상을 팔아 돈을 벌 것인가 고민에 빠진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들을 사고 파는 것에 익숙해졌다. ‘상을 팔고, 스펙을 사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인 등 위정자부터 취업이나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까지 그 대상은 다양하다.

↑↑ 한 종합일간지가 지난 3월 자신들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경북 경주시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홍보비 800만원을 요청한 공문(왼쪽). 부가가치세와 정부 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수료는 별도라고 명시돼 있다. 다른 종합일간지도 지난 6월 같은 방식으로 홍보비 600만원을 요청했다(오른쪽).(사진 = 서울신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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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상을 사고 파는 상의 백태를 다음과 같이 파헤쳐 본다.

“귀 단체가 도시비전 슬로건 부문 대상을 수상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시상식과 당일 게재될 특집기사 및 연합광고 준비를 위해 다음과 같이 안내해 드리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 3월 한 종합일간지로부터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이 신문이 ‘2019 ○○○○○ 1위 브랜드’라는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경주시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알린 것이다. 이 신문은 특집기사 및 광고에 사용할 경주시의 홍보용 자료, 시상식 참석자 명단 등과 함께 홍보비 800만원을 요구했다. 부가가치세와 정부 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수료는 별도였다.

시상식은 4월 서울의 한 유명 호텔에서 진행됐다. 경주시에선 이영석 부시장 등 공무원 4명이 참석했다. 이 신문 지면에 경주시의 수상 소식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소개됐다. 또 경주시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10여개 언론사에 기사로 게재됐다. 시상식이 끝나고 정확히 보름 뒤 경주시는 총 891만원을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건넸다.

3일 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각 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국내 주요 언론사가 해마다 10~30개의 시상식을 주최하며 지자체에 상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언론사는 시상식 장소로 서울 고급 호텔 또는 국회에서 빌리고, 가수를 초청해 축하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시상식 개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1억 원 이상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적잖은 비용이 드는 시상식을 매년 수십 차례나 주최하는 이유는 뭘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계열사 등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 대상’은 2006년 제정돼 올해까지 14년째 이어지는 상이다. 온라인 소비자 투표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분석으로 기업은 물론 지자체와 공공기관, 국회의원, 배우, 가수 등 전 국민을 상대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으로 참여해 공신력까지 갖췄다.

지자체 수상자의 경우 사과·수박 등 특산품부터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교육도시 등 이미지 분야까지 매년 10~20곳을 선정한다. 그런데 상당수 지자체로부터 거액의 광고·홍보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올해 이 상을 받은 16곳 중 11곳(68.8%)이 총 2억 4710만원을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주최 측에 집행했다.

대구시와 경북 청송군, 강원 양구군, 경남 김해시, 전남 장흥군 등 5곳은 각각 2750만원씩 건넸다. 전북 임실군과 경남 산청군 등도 적게는 66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상을 받은 15개 지자체 중 13곳(86.7%)이 1100만~2750만원씩 총 2억 7400만원을 냈다. 이렇게 주최 측에 건네진 광고비·홍보비 등은 정보공개 청구 시점인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14억 2550만원(18개 지자체)에 달한다. 모두 국민의 세금인 나랏돈이다.

지역별로 보면 청송군과 양구군이 각각 1억 6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시(1억 375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상이 민간기업 수상자도 선정하는 걸 고려하면 주최사가 홍보·광고비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 선정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각 부문 1위를 차지한 브랜드에 대해 시상을 한다”며 “수상자가 희망한 경우에 한해서만 홍보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사에서는 책자를 만들어 책값 용도로 수백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변칙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상도 양태는 비슷하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와 계열사는 2014년부터 ▲○○브랜드 대상 ▲소비자 ○○ ○○ 브랜드 대상 ▲한국을 ○○ ○○경영 대상 ▲○○○○ 경제리더 대상 ▲대한민국 CEO ○○○ 대상 등 25개 상에 대한 시상식을 주최했다.

이 기간 118개 지자체가 263차례에 걸쳐 상을 탔는데, 33개 지자체는 광고비 등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했다.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된 금액만 11억 5000만원이다. 전북 고창군(1억 2890만원)과 부안군(1억 2375만원) 등이 지출액이 많았다.

신문사가 주최한 시상식이 ‘돈 주고 상 받기’ 병폐의 온상인 건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2014년 이후 지자체가 돈 주고 상 받기로 쓴 예산은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된 것만 49억 3700만원이다. 이 중 84.7%인 41억 8000만원이 언론사가 주최한 시상식으로 흘러들어 갔다. 특히 종합일간지 3곳과 경제지 2곳 등 5개 사가 주최한 시상식에 40억 5700만원이 집중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서 광고비를 내야 수상 자격이 있다고 통보한다”며 “언론사와의 관계 유지를 외면할 수 없는 데다 상을 받았다는 광고가 실리면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어 예산을 집행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서울신문은 서울신문STV와 공동으로 제정한 ‘서울 석세스 어워드’,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등 총 6개 상을 55차례에 걸쳐 지자체에 시상한 것으로 정보공개 청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신문에 광고비나 홍보비 등을 집행했다고 밝힌 지자체는 없었다.

스펙을 위해 돈으로 상을 사고 파는 대한민국의 상의 실테를 보면 지자체와 단체장, 국회의원과 지자체의원, 기업인과 연예인들이 이를 홍보에 써 먹기 위해 언론사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맺어 나랏돈을 축내고 턱 없이 비싼 댓가를 치르는 것이 현실이다.

옴부즈맨 기자  ombudsma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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